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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드라마/카인과 아벨

'카인과 아벨' 초인, 선우에게 용서를 암시하며 종영하다

by 하진다이어리 2009. 4. 24.


의학 지식이 거의 Zero인 나는 선우를 수술한 초인의 수술이 제대로 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함께 수술에 참여한 의사는 초인이 선우의 종양을 남겨 두고 수술을 마쳤다고 했는데…

수술 후, 깨어난 선우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수술이 잘못된 것처럼…
그런 선우가 딱 두 번 반응을 보였다.

한번은 서연이 읽어 준 아버지의 편지를 들으며…
또 한 번은 초인이 한 말을 듣고서…

아버지가 보낸 편지엔 이런 얘기가 있었다.
아버지는 선우가 5살 때… 초인을 입양하며 인큐베이터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만 걱정했지…
어른스럽게 그 옆을 지키는 어린 아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저도 봐 주세요~"라는 말인 줄 몰랐다고…
그리고 아들이 성장한 후 선우를 신경외과로 전과 시킨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그러니 최고의 서전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초인에게 병원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초인과의 대면.
휠체어에 앉은 선우가 반응 검사를 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초인을 만났다.
초인에게  집도의로서의 의견을 묻자… "자기가 선택한 수술이니까 본인이 더 잘 알겠죠."라는 말을 하며 싸늘하게 지나쳐 갔다.
그때 또 한 번 선우가 반응했다. 선우의 눈빛이 초인의 동선을 쫓았으니까…
그 외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보면… 복수심에 가득 찬 초인이 선우을 수술하던 중…
종양을 일부러 남겨 선우에게 고통을 주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

한 달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초인은 선우를 찾았다.
휠체어에 앉은 선우에게 초인은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말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스스로 감옥에 가둔 거라면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거긴 너무 춥고 외롭다고…

선우는 그제야 억눌린 자아를 뚫고 나왔다.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지만… 차마 초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대신, 초인이 어깨에 얹은 손을 맞잡는 것으로 그 말을 대신했다.

우린 저마다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기억은 찾으려고 애를 쓰면 찾기도 되지만
아무리 지우려 해도 절대 지울 수가 없는 기억도 있다.

사람으로 산다는 건… 이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  기억들 저편으로 당당히 걸어가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기억의 성처일수록…

더 깊고 예리해서…  아주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상처 역시
오직 사람에 의해서만…
  치유 받을 수 있다.

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 법이다.
인간에겐…
  오직 인간만이… 구원인 것이다.

초인은 믿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라 더 아팠다.
그러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사람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

이렇게 초인이 선우를 용서하게 될거라는 복선을 깐 채 '카인과 아벨'은 막을 내렸다.

소지섭은 역시 멋진 배우임에 틀림없었다.
복수에 불타는 냉혈한 초인의 모습…
영지를 바라보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동시에 훌륭히 표현할 수 있는 멋진 배우.

신현준에겐 '기봉' 이에게서 벗어났음을 축하하고 싶다.
어느 순간… 신현준에게 악인의 미소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거 제대로 카인인데~" 그랬으니까…
마지막 죽음이 임박한 선우를 연기한 신현준은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이었다.
초인이 이제 그만 스스로를 얽어맨 감옥에서 나오란 말을 듣고 흘린 뜨거운 눈물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카인과 아벨'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오늘의 수술 장면에 수술 도구 이름이 난발했다.
차라리 나래이션으로 "0.01 밀리를 어긋나도 뇌세포에 큰 손상을 준다. 바로 이 지점이다."라는 식으로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베토벤 바이러스' 공연 장면에서 처럼~)
그랬더라면 조금 더 수술의 긴박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의학이나 수술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의 묘사는 드라마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장애요소가 됐다.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작가가 의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다는 걸 자랑할 요량이 아니었다면…
시청자에게 눈높이를 좀 맞춰줬으면 좋았겠다 싶다.
좀더 좋은 시나리오 였다면… 아주 멋진 초인 소지섭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주 많이 아쉽다.

암튼… 소지섭은 역시 멋진 배우다.
다만, 몸이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면 상체가 역삼각형이 된다.
소지섭이 몸을 잘 관리하려고 하는 건 너무 훌륭한 생각이지만…
박지성도 연습을 너무 과하게 해서 요즘 실수가 잦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소지섭의 몸이 충분히 좋으니… 조금 근육 양을 줄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더 멋지게 보일 것 같은데…  (ㅋㅋ 다분히 개인적 취향임.^^)

다음 주부터는 차승원&김선아의 '시티 홀'이 방송된다.
'카인과 아벨'이 조금은 무거운 주제였다면… '시티 홀'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듯하다.
예고편으로 본 '시티 홀'은 꽤 재밌을 것 같다. 그건 다음 주에 확인해야 할 듯~